우리는 다 이민자로 타국에 살고 있지만, 조국이 잘 되기 바라는 마음은 하나 같을 것인데, 그런데 최근 대선에 나선 여야 양당의 유력 후보들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기 그지없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나라를 든든히 서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래서 지도자의 기본 요건으로 청렴과 정직을 무엇보다 먼저 드는 것입니다.
“사울이 이르되 번제와 화목제물을 이리로 가져오라 하여 번제를 드렸더니 번제 드리기를 마치자 사무엘이 온지라”(삼상13:9,10). 사울은 사정이 급해지자 번제를 직접 주관한 것인데, 이는 명백한 월권이었습니다. 아마 이때만 해도 사사시대의 정신이 남아서 그랬는지, 사울은 자기 소견대로 행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무엘은 사울을 크게 책망했는데, 그가 변명한 말에서 그의 죄의 실체를 볼 수 있습니다. “사울이 이르되 백성은 내게서 흩어지고 당신은 정한 날 안에 오지 아니하고 블레셋 사람은 믹마스에 모였음을 내가 보았으므로 이에 내가 이르기를 블레셋 사람들이 나를 치러 길갈로 내려오겠거늘 내가 여호와께 은혜를 간구하지 못하였다 하고 부득이하여 번제를 드렸나이다 하니라”(삼상13:11,12). 사울은 전시상황은 급해지고 하나님께 은혜는 구하지 못했기에 부득이하여 번제를 드렸다고 한 것입니다. 이 말만 들으면 그가 신실하다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자기합리화’일 뿐입니다. 더 나가서는 그는 사무엘 선지자에게 당신이 늦게 왔기 때문이라며 ‘책임전가’까지 했습니다. 이는 일국의 최고 지도자가 할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사울이 자신의 죄는 인정하지 않고 이처럼 자기를 ‘합리화’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왕위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부득이 하여>라는 자기변명의 언어는 아담이 가장 먼저 사용했는데, 그는 하나님께서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먹은 것을 책망하자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라고 대답을 했는데, 이는 그가 하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부득이하여’ 그리했다며 자기를 합리화한 것입니다. 아담 이후 이 말을 쓰는 자는 다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사울이 이 말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사울은 변명하고 탓하기 전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본질을 주목하기보다 현실에 눈길을 빼앗겨 계속 실수함으로 몰락한 것입니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방향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사울은 속도를 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는 왜 방향보다 속도를 택하게 된 것이었을까요? 먼저, 마음이 조급했기 때문입니다. 길이 막히고 삶에 변화가 없어 소망이 사라지고 삶의 무게에 눌릴 때 사람은 절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절망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 마음의 결과일 뿐입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끝까지 붙잡는 사람에게 하나님은 반드시 말씀대로 역사하십니다. 하나님의 시계는 너무 늦게 가는 것으로 느껴질 때가 많지만 항상 정확합니다.
사울이 방향보다 속도를 택한 또 다른 이유는 기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인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살 수 있는 길은 하나입니다. 주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성경에 이르되 누구든지 그를 믿는 자는 부끄러움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하니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차별이 없음이라 한 분이신 주께서 모든 사람의 주가 되사 그를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부요하시도다 누구든지 주의 이름을 부르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라”(롬10:11-13).
사울은 “내가 여호와께 은혜를 간구하지 못하였다하고 부득이하여 번제를 올렸나이다”라고 했습니다. 너무 급해서 기도도 하지 못하고 바로 자신이 번제를 올렸다는 뜻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다급해지면 비명이 먼저 나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은 아무리 다급해도 비명 대신에 기도가 나와야 합니다. “여호와께서 들으시기에 백성이 악한 말로 원망하매 여호와께서 들으시고 진노하사 여호와의 불을 그들 중에 붙여서 진영 끝을 사르게 하시매 백성이 모세에게 부르짖으므로 모세가 여호와께 기도하니 불이 꺼졌더라”(민11:1-2). 광야에는 물이 없습니다. 마실 물도 없는데, 불을 끌 물은 어떨까요? 따라서 불이 나면 속수무책입니다. 이에 백성이 모세를 행해 비명을 질렀지만, 모세는 하나님께 부르짖었던 것입니다. 그때 불이 꺼졌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