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광림수도원에서 원목으로 사역할 때 처음으로 내 앞으로 차가 배정되어 차를 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운전만 할 줄 알았지 자동차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었던 나는 엔진오일을 때가 되면 바꾸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거의 1년을 타고 다닌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야 차의 엔진 수명이 엔진 오일 교체와 관계있다는 말을 듣고 카센터에 처음으로 갔는데, 그 때 걸쭉해진 오일을 빼내던 직원이 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던 표정이 지금도 선합니다.
차를 오래 고장 없이 타려면 시기에 맞게 엔진오일을 바꾸어주어야 하듯, 우리의 삶이 평안하려면 정기적으로 영적인 윤활유를 공급해야 합니다. 범사에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부드럽게 돌아가게 하는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우리 삶에서 감사가 사라져서 이 ‘윤활유’가 굳어지게 되면 우리의 삶은 삐꺽삐꺽 소리를 낼 것입니다. 찬송대신 불평만 나오고 삶 자체가 짜증이 나며 주변 사람들에게 공격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를 주로 받았으니 그 안에서 행하되 그 안에 뿌리를 박으며 세움을 받아 교훈을 받은 대로 믿음에 굳게 서서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골2:6,7). NIV 영어성경에는 이 부분을 “overflowing with thankfulness”이라고 번역했습니다. 바울은 골로새 교인들에게 단순히 감사헌금이나 헌신을 많이 하라고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골로새 교인들이 예수를 믿음으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 안에 뿌리를 내리고 그 안에서 듣고 배운 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하라는 것입니다. 구원의 은혜는 이 세상에서 겪는 모든 어려움을 다 덮고도 남는 영적인 보상이기 때문입니다. 넘치는 감사는 이렇듯 주 안에서 고난을 통과한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영적 특권인 것입니다. 평안할 때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고난 속에서 감사할 때 하나님의 은혜를 더 깊게 누리게 됩니다. 건강, 실패, 죽음의 위기 앞에서 넘치는 감사를 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구원받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런 감사를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아메리카 신대륙을 찾아온 영국 청교도들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영국을 떠나올 때부터 이미 감사로 넘치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항해 시작부터 그들의 항해일지를 기록했습니다. 거기에 기록된 청교도들의 감사를 보면, 그들은 이미 감사를 넘치게 하고 있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180톤밖에 안 되는 작은 배로 평균 시속 2마일의 느린 속도로 항해하여 65일간 멈추지 않고 전진할 수 있었던 일을 감사했습니다. 항해 중 두 사람이 죽었으나, 한 아기가 출생하였음을 감사했습니다. 폭풍을 만나 큰 돛대가 부러졌으나, 배가 파선되지 않았음을 감사했습니다. 산더미 같은 파도에 휩쓸려 여자들이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사건이 두 번이나 있었으나 무사히 구출됨을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항해를 하면서도 단 한 명도 돌아가자는 사람이 없이, 모두 죽더라도 전진하자는 믿음을 주신 하나님께 그들은 감사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도착한 신대륙에서 그들은 신고식이라도 치루 듯, 살을 에이는 혹한의 첫 겨울을 지내는 중에 많은 동료를 잃었습니다. 또 원주민의 습격을 받고 풍토와 싸우는 동안 그들 가운데 거의 반이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은 이듬해인 1621년, 한 해 내내 농사하여 첫 수확물을 거두었을 때, 하나님께서 그 모든 것을 주신 것으로 믿고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이렇듯 그때 그들이 올린 감사제는 모든 것이 넘치고 풍성해서 드린 감사제가 아니었습니다. 구원의 감격에 젖어 그리스도 안에서 뿌리를 내리면서 그 은혜가 고마워서 드린 감사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는 바울의 명령대로 감사했던 것입니다. 이렇듯 감사함을 넘치게 하라는 말씀은 조건과 상황을 초월해서 하나님께 보이는 헌신입니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3:17,18)